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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신민걸]처서, 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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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5회 작성일 06-01-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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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삼도수군통제사와 축구감독의 처세에 대하여
밤늦게 떠들다 나와 쳐다본 하늘에서는
하현달이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거렸다
구름은 선명하고 날이 파르르했다
처서에 비 오시면 독의 곡식이 준다던데
가시고 가시더니 또 가시는구나
농부가 푸른 논을 갈아엎는다
팬 이삭이 영글지도 않았는데 손수 갈아엎는다
심정이 어떠십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줄 겁니다
가시고 가시는 까닭을 나는 아직 몰라
지난 비에 쓸려간 게 과연 무엇인지
오늘밤 내리는 비에 잠 못 드는 건
아직도 밤잠이 서툰 건
모기 탓도 아니고 늦더위 탓도 아니고
가시고 가시는 것마다 아프기 때문인가
아프지 말고 다 버리자 하자
조선도 버리고 축구도 버리면
살처분된 씨알들 다시금 되살아날까
먼 밤 달빛을 이고 가던 파르르한 구름떼는
어디쯤 어떻게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