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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신민걸]지겟작대기에 새 잎 나고 꽃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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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6회 작성일 06-01-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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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여의고
땅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몇 달이 바뀌었습니다
많이 바뀌셨습니다
고단한 어깨 위
내 똥이 되고 여물이 될
푸른 꼴 한 단
빈 하늘 환히
실컷 짊어지셨습니다
앙다문 땅의 입술
매일 고루고루 닦으시던
하루치의 잇마디가
흙 속에서 마냥 반짝입니다
맨들맨들한 지겟작대기 저리 두시고
공수래공수거라기 보다는
알뜰히 한 몸으로 와서
살뜰히 우주 하나 채워선
완전히, 온전히
가셨습니다
나는 나대로
지겟작대기에 새로 난 잎들을 보듬고
치약처럼 하얀
잇꽃 피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