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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이신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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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89회 작성일 06-01-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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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은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바람 속에 소리 없이 서 있을 때에도
온 몸으로 토해내는 그들의 소리
흔들림 수런거림 이런 것들은
다친 짐승처럼 웅크려 상처를 핥을 때나
급한 여울에 휘둘릴 때 올려다 본
항상 고요한 얼굴들에 가려 읽혀지지 않았다
바람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바람을 몸속에 가두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안간힘에 귀를 연 것은
우듬지로 흐르는 나무의 수액이
어떻게 이파리 하나하나의 손끝까지 도달하는 지
그들의 세포이거나 어린 피부이던
송진 맺힌 나무의 심장에
귀를 대보고 싶었을 때부터였다
나무의 살을 만져보고
암살자의 무기처럼 돋은 가시 같은 생에
입술을 포개고 싶었을 때부터였다
그 때 번쩍, 아래에서부터 점차 위로 번져가며
춤추듯 노래하듯 온 몸을 떨고 있는
산들의 성대 잃은 절규를 들은 것이다
온 산이 몸을 뒤틀며 바람에
소리 아닌 소리를 지른 순간에
내 귀의 고막은 하얀 섬광 같은 것을 듣고
심장에도 주술처럼 귀 하나 따로 돋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