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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장은선]지난 여름의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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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62회 작성일 06-01-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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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올여름에 자주 듣던 말
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홀딱 벗고 지내죠
나의 여름은
치부가 뿌리째 드러나는
고해의 계절
흰눈이 잠시 앉을 자리가 없는
붉은 네온 번쩍이는
겨울십자가아래서
주섬주섬 마음을 가리듯
덧옷을 겹겹이 껴입었지만
찌그러진 세수대야 두 개로
번갈아 찬물을 끼얹어대면
모과덩어리같은 응어리들 씻겨지고
드러난 맨살에 모기가 입맞춤을 하고
서늘한 물세례에
텃밭에 개구리 무리들
헐떡이며 품속으로 파고드는
해와 나무들과 곤충들과 내가
신앞에 나란히 일렬횡대로 선채
큰그림자가 작은그림자를 보듬켜안아
푸른 바다가 이글거리는 여름해를 먹듯
맨몸이 두터운 마음을 삼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