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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장은선]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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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71회 작성일 06-01-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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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 무덤덤한 듯
승객 몇이 하품하거나 졸고 있다
선그라스를 낀 운전기사는
뽕짝가요에 맞춰 생을 반추하듯
가속페달을 밟았다 늦췄다 한다
낮술로 버얼건 어부들이
흑싸래기 껍질을 두들겨
수심에 가라앉은 꿈들을 건질때
송지호 갈대숲 고니들은
중천을 내려온 산그림자를 쪼아대거나
물안개에 걸터앉아 서걱이는 수초같아
길까지 따라온 마음을 버리라 한다
툰드라를 지나온 대머리독수리들은
선승처럼 가부좌틀고 눈을 부라리며
수행자의 고단한 생을 묵언으로 보여준다
저 길들 저마다 상처가 있어
툴툴거리고 기침소리 들리는듯 하다
철지난 백사장에는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모래바람이
눈먼 해송들의 살갗을 깎아대어
부초같은 아련한 목선 한척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그리움인듯
길을 찾는 가슴 한귀퉁이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