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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장은선]탑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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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31회 작성일 06-01-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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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트럭 희미한 불빛 몇등 세우고
밤을 새우고 있다
테이프에 담긴 구성진 목소리도
졸음에 겨워 꾸벅꾸벅 늘어지는데
비닐바구니에 볼고운 사과들을
몇층탑씩 정성으로 쌓아놓고
행상아저씨는 유행가 가락을 기도문처럼 흩날리며
트럭을 돌며 탑돌이 하고 있다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며 무지개 꿈을 그리며
옥탑방에 가족들 얼굴 떠올리며
찬바람 스치는 자신의 옷 여미지 못하는데
길가는 행인들 드물어
탑은 허물어져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그래도 갓난애기 분발라주듯
사과들에 연신 윤기를 내고 있다
마법에 풀린 주문들이 달그림자에 닿아
창에 낀 성에들을 녹여 환해지는 거리
햇빛으로 익은 사과의 붉은기운들이
팽팽한 화살처럼 올라가
내일은 뜨거운 해가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