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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장은선]아름다운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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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24회 작성일 06-01-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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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옆에 나란히 앉은 산꿩 한쌍
수풀을 박차오르며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서로 짝을 잃지 않으려고
팽팽한 공처럼 울음통에서 하늘로 튕겨올리는 소리다
장끼가 날렵한 날개짓으로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를 빈 하늘에 그리고 가면
까투리가 이미 읽었다는 듯이
오르락 내리락 날개죽지로 지우고 간다
하늘은 사방 팔방이 길이고 자유인데
마주보며 양날개짓하는 곡예비행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철로 평행선마저 지우는
아름다운 구속이다
한톨의 양식을 포착한 암꿩이
지상으로 곤두박질치자
수꿩은 파수병처럼 경계를 늦추지 않아
그들의 사랑은 유희를 초월한 참생명이다
산꿩들의 내밀한 언어인 오색꽁지의 공중돌기로
영혼을 벗어던진 캉캉춤이 무르익으면
청정한 솔숲도 아름다운 화음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금혼식을 마친 노부부 비틀거리고 부축하며
숲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뒷모습이
멀리서 보니 산꿩 한쌍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