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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장은선]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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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48회 작성일 06-01-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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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기계충으로 활화산이 되어가는
머리를 허겁지겁 들이밀면
이발소 거울에는 오래된 액자가 들어왔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믿으라
빛바랜 풍경화에서 튀어나온 매미,여치,쓰르라미,찌르레기들이
퓨수킨의 지휘에 맞춰 희망사중주를 들려줬다
마른 근심뿌리들이 진흙속에서 연꽃으로 피어 올랐고
헛딛던 발걸음이 싸락눈 녹듯 환한 길을 내었다
사람들은 허기 속에서도 한두마디의 싯귀를 노래했고
잠자리 날개처럼 속을 보여주며 날아올랐다
무성한 세월이 흘러 잘 닦여진 길들은
표지판 없이도 스스로 언덕을 넘나들지만
세상을 달궜던 싯귀들은 아문 상처와 함께
바퀴빠진 자전거에 실린 폐지뭉치가 되었다
인적 드문 서점에 노시인의 포스터가
마지막 남은 달력처럼 해맞이를 기다린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랩가사가
고즈넉한 감나무에 걸린 석양
세파에 떠밀린
낮은 음자리로 읊조리는 노루의 해맑은 얼굴
차에서 내려 길을 비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