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5호2005년 [시-장은선]네발걷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74회 작성일 06-01-31 11:32

본문

마을에서 가까운 산사로 가는 길
개가 주인이 이끄는대로 끌려간다
때로는 벗어나고자 짖어대지만
구부러진 길을 끙끙대며 헤쳐나간다
개야말로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수행심 강한 독실한 신자다
두발로 걷는 한 인간도 공룡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아스라한 원시로 돌아가
내쉬는 숨을 속이지말고
네발로 걸어야된다
엎디어서 진한 흙과 마른 풀내음을 맡아야
눈물같은 비와 바람과 흰눈을 알 수 있다
수백번 두손 모으고 절을 하고 성호를 그어대지만
돌아서자마자
카운터 펀치를 날릴 두손을 흔들지 말고
늦기 전에 두손에 운동화를 신고
아기같이 네발로 돌아가야 된다
그래야 신께서 물집이 까져
발가죽이 벗겨지도록 헛걸음을 내딛었던
지나간 길이
해거름 속에서 가르마처럼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