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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이구재]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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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246회 작성일 05-03-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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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으로 넓혀진
7번 국도 속초 가는 길

비가 추적이던 어느날
한마리 작은 짐승
자는듯 누워
길 한복판에 있었네

차선을 바꾸어 지나치고는
스쳐간 바람처럼 잊었었네

퇴근길 그 쯤에서
누루스름한 털조각 몇 점이
나뒹구는 걸 보았네

껍데기 몇 조각으로 변한
가여운 짐승의 시체
차들은 휑하니 달려 지나가네

길은 사람들을 점점
바쁘게 만들어
삶도 죽음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네
사람의 생각은
길이 넓어 질수록 좁아지고
길이 길어 질수록 짧아지는지
정신없는 전쟁터마냥

시체를 너머 앞으로
앞으로 달리기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