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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조인화]능소화가 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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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6회 작성일 06-01-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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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을 떨어드렸다
아차! 퍼져 버린 파편들
온 주방 구석구석을 쓸어낸다
이쪽에도 있겠거니 여기도 있네
한 조각이라도 놓치면 낭패다
손가락을 베어 피가 묻어난다
컵 하나가 이렇게 많은 조각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경이롭다
점처럼 반짝하는 조각도 있다
천오백도에서 구워낸 단단한 유리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 깨어진다
주워 담고 쓸어 담아 보나
이렇게 많은 상처들 제 모양대로 자리 잡고 있어
능소화가 필 동안 반나절을 창가에 서 있었다
눈을 감고 출렁이는 소리만 들었다
아아 이렇게 흩어져 있는 것들 아무리 하나로 모아 들이려도
하나가 되지 않는 것들
어디엔가 아직 찾아지지 않은 조각들
남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