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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김향숙]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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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29회 작성일 06-01-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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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 하나쯤 큰 산맥 너머에 두고
우체국 하나쯤 고개 너머에 두고
하얀 백지에 잉크를 묻혀가며
밤새워 편지를 쓰고 싶다
달이 밝다고
파도소리 때문에
그대 그리워 잠 이룰 수 없다고
속절없이 세월이 간다고....
처녀 적 봄 짙은 한 때
우체부가 주고 간 그대의 편지는
차마 해 저물도록 뜯지도 못하였거니
식구들 다 잠든 한 밤을 기다려
등잔불 심지 낮추고 떨며 읽던 연서
이제는 나이들어 머리 희끗한 세월
핸드폰 이메일로 소식을 전하자면
어쩐지 결론만을 추궁 당하는 서글픈 마음
그래도 이 봄 다 하기 전에
사무치는 정
밤 지새워 편지 하나 써 볼까
날 밝으면 한가하게 우체국 창가에 서서
우표 하나 붙여서 띄워나 볼까
자전거 탄 우체부를 기다려
가슴 저린 그대의 답신
밤새도록 읽고 또 읽어볼거나
그리운 사람 하나쯤 큰 산맥 너머에 있다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