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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최월순]자산천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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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0회 작성일 06-01-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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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찌르던 흰 꽃빛이 어지러웠어요. 아버지
리어카에 솥단지며 장작을 싣고
화전놀이 나왔던 햇빛 찬란하던 그날엔
자산천 모래밭도
어지러운 햇빛도
장작을 지피는 연기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서러운 피난살이 중에도
서로의 눈물을 받아주던 고향사람들
꽃피는 봄날에 마주앉아
얼굴 붉히며 서로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지르던 그날
울고 있는 동생을 업고 강가를 서성이던
아버지의 등 뒤로 하얀 나비들이
태양 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어요. 아버지
동생의 울음소리와 강물소리와
눈부신 햇빛 때문이었을까요.
한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아버지의 고향에도 지천이라던
하얀 찔레꽃 그늘 아래
찢어진 나비날개가 수북이 쌓여 있네요, 아버지.
􄤇자산천 : 고성군 거진읍 자산리에 있는 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