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2005년 [시-서귀옥]가볍게 걷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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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능선 골마다 움푹움푹 짓눌린 자리가
먹구름이 밟은 상처인 줄 알았다면
등산화에 아이젠을 박지 않았을 것이다.
햇빛도 걸려 넘어지는 얽은 바다 물결이
바람이 찍은 흉터인 줄 알았다면
마음, 함부로 내려놓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 위 휑한 정수리,
어깨 위 수두주사 자국이
세상이 내 삶에 깊숙이 관여하여 남긴
발자국인 줄 알았다면
나, 진작 가볍게 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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