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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서귀옥]나와 함께 가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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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0회 작성일 06-01-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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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간다.
생수, 양갱 두 개를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른다.
내 등은 가벼운데
나를 지고 가는 산이 무겁다 한다.
발 맞지 않는 등산화가
발꿈치를 물어뜯는다.
바꾼다면서 한 번만 더 신자고 미루었더니
그만 좀 미련하라고
산이 던진 잣송이에
불쑥, 멋쩍은 정수리가 부풀어오른다.
때 되면 나뭇잎 떼고
계곡 얼리고
바람도 묶어 버리는 산, 덩치만 크지
살 빼는 방법을 알고 있다.
나를 산에게 떠넘기고서야
심부름은 끝났다.
하산길, 그림자에 붙어 온 자작나무 이파리도
떼고 가라고
산이 따라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