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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권정남]어떤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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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79회 작성일 06-01-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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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낚시 줄 내린다
햇빛에 몸 뒤집고 있는
가로수 이파리와
양산 쓰고 지나가는
여인의 웃음을 서서히 당긴다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신종 자동차 한 대와 그 안에 탄
미끈한 사내도 함께 건져 올린다
미끼를 갈아 끼운 후
사람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낚시 대를 돌리다가
길 건너 분양하는 아파트 한 채와
해변가 몇 마지기 땅도 함께 낚아 올린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속초앞바다 갈매기 울음소리와
청봉꼭대기에 메아리치고 있는
빛나는 이름 하나 건져 올리고
벼랑 같은 베란다 끝에 앉아
마음 깊숙이 낚시 줄 내리면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내가
주렁주렁 흔들리며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