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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김영섭]가랑이 사이로 유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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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23회 작성일 06-01-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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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거나 땀이 나면 광목 누빈 교복 바지는
먹물 같은 눈물을 흘린다.
오징어 수족관 같이 찌든 사타구니
쌀겨비누엔 지워지지 않아
봄볕에 빠져나가기를 기다린다.
사랑이란 어휘가 금기시 된 교과서와
달걀꾸러미가 공책이고 쌀되박이 연필이던 시절
목수이던 아버지의 지폐 오십환이
누비솜처럼 교복주머니에서
구덕구덕 마르고 있다.
혁명공약이 패스였던 교문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 ...
총알 구르듯 암송되고
뒷동산 탄피와 박격포 불발탄과 아카보 총신이
그 해 6.25 모범학생으로 추서되고
공책 열 권이 책보에 매달려 터지던 날
열사처럼 집으로 달렸다.
터진 가랑이로 사라진 지폐는
바람 속에서 윤회를 말한다.
어머니의 칭찬은 귀 밖에서 헛돌고
겸상인 밥상머리가 송곳방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