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2005년 [시-장승진]낙산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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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피할 사이도 없이
불꽃들은 빠르게 왔다
민첩한 혀로 물오르는 참나무 새순을 핥고
거대한 소나무 숲 성벽을 넘어
마침내 오래된 서까래 푸른 단청을 삼켰다
휘발유를 한 모금씩 물고 있던
솔잎들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자
대웅전 대들보가 금새 벌개졌고
묵묵히 걸려있던 동종에선
파란 연기가 올랐다
해수관음보살이 열기에
바닥돌 터지는 걸 빙긋이 바라보고
동해 용왕도 바람을 보내 축하해 주었다
불붙은 원통보전 아름드리 기둥이
넘어지며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서기 이천오년 사월 오일 식목일
목마른 사람들이
TV 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너는 그렇게 세상의 불꽃들 모아
아낌없이 자신을 태웠다.
불꽃들은 빠르게 왔다
민첩한 혀로 물오르는 참나무 새순을 핥고
거대한 소나무 숲 성벽을 넘어
마침내 오래된 서까래 푸른 단청을 삼켰다
휘발유를 한 모금씩 물고 있던
솔잎들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자
대웅전 대들보가 금새 벌개졌고
묵묵히 걸려있던 동종에선
파란 연기가 올랐다
해수관음보살이 열기에
바닥돌 터지는 걸 빙긋이 바라보고
동해 용왕도 바람을 보내 축하해 주었다
불붙은 원통보전 아름드리 기둥이
넘어지며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서기 이천오년 사월 오일 식목일
목마른 사람들이
TV 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너는 그렇게 세상의 불꽃들 모아
아낌없이 자신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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