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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이화국]지상의 별꽃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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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0회 작성일 06-01-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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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조화들이 판을 치더니
한겨울에 하늘의 별이 땅으로
다 내려앉았다
‘축 성탄 송구영신’하려고
지상의 나무 사이 무리 지어 앉아
좌판을 벌였다
가난한 사람의 어두운 동네 비켜와
큰 백화점 앞과 호텔 앞에 줄서있다
장난치 듯 작은 별빛들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이 신난다는 표정
하지만 내 주머니 속사정을
탐색하면서 추위로 돋는 소름기
축지법을 써서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
모두 똑 같이 가난해서
‘축 성탄 송구영신’없던 시절로
세상의 어깨는 갈수록 넓어지고
내 어깨는 갈수록 좁아져서
출구 없는 울분이 명세서를 쓴다
캄캄한 마구간에 오신 예수는
이렇게 찬란한 불빛 속에도 오실까
가난한 자의 앞날에 쨍하고 볕드는
송구영신 있을까
봄이 와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외롭고 추운 자들의 친구가 되던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다 내려앉은 날
하늘만 보고 살던 이들은 더욱 캄캄하여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하고
추운 자들은 불시착한 기류로 더욱 추울 뿐이다
혈맥이 흐르지 않는 인공의 별꽃 무리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