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5호2005년 [시-이화국]낙엽 그리고 바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53회 작성일 06-01-31 14:27

본문

낙엽을 밟고 간 건 내가 아니다
나 닮은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나라 하는가
진종일 내가 없다
하는 짓마다 맘에 안 드는 일 골라 하는
그 사람이 나일 수 없다
싫은 일은 좋다
좋은 일도 싫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찾을 길 없다
슬플 때도 웃을 때가 있다
기쁜 일을 도둑 맞을 때가 있다
다만 원망은 말자
미워는 더욱 말자
땅에 떨어진 저 가엾은 생명이
나를 닮았는데
그 낙엽을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낙엽을 짓밟고 간 건
내가 아니다
무자비한 발로 성큼 성큼 밟은 건
정말로 내가 아니다
등 떠민 바람 탓이다.leng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