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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이화국]갈대의 비명(悲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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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8회 작성일 06-01-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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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이 저렇게 많은 흙으로
갈대밭을 덮고 있는데
갈대는 아직 어리광 피울 힘 있나보다
살아있음을 비명으로 선언하고 있으니
같이 살아야 한다고
권리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지만
바람에 쓸려 가는 아픔만 더해갈 뿐
누워 죽는시늉 살려달라 비는 갈대가
갈대끼리 손잡아 힘 모으고 있지만
덤프트럭 앞에서 사나운 눈매의 사나이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생매장 당하는 갈대
누가 이곳이 갈대밭이었음을 기억할 것인가
갈대라는 생명이 존재했음을 알 것인가
그래서 갈대는 더욱 서럽게
실보다 가느다란 비명을 바람 위에 싣는다
한때는 갈대의 어미와 자식을 키웠던 저 흙
세월 뒤에 파보면 검게 썩어 있으리라
자기 가슴에 자기가 키운 것들을
자기가 죽였음으로 가슴이 탔을 것이다
담배를 피워 문 덤프트럭 운전기사 곁에서
갈대는 비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비명만이 살아있다는 의미의 전부였음으로
운전기사의 눈에 아파트가 자라고
고층빌딩이 자라고
새끼들이 자라는 모습이 크게 보인다.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