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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박명자]내 나이 열일곱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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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544회 작성일 05-03-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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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물처럼 흘러간 시절 꽃다운 계절
내 나이 열일곱 일 때 왜 나는 그리 우울했을까?
온 세상 근심 걱정 모두 가슴에 안고 슬픔의 돌탑만 매일 쌓았을까?

하늘 향해 한 번 크게 활짝 웃지도 못하고
재잘재잘 친구들과 떠들지도 않고
왜 그리 토라져서 혼자 놀았을까?

긴 긴 봄날 아카시아 그늘에 혼자 앉아
애꿎은 책장만 펄럭였을까?

내 나이 열일곱일 적 왜 우린 그리 가난했을까?
점심은 맨날 굶고 얼굴에는 노랑꽃이 가득 피어
스르르 책상 위에 잠들곤 했지
설핏 기척에 깨어보면 호통 치시던 Y 선생님
태산처럼 앞에 서 계셨지

그러나 그리워라. 아득한 그 시절 다시 돌아 갈수 있다면
여드름 바가지 연애대장 소문꽃 동네 동네 피우면서
무지개 동산 휘젓고 돌아다니고 싶어

그리워라. 내 나이 열일곱 일 때 가난과 고독과
방황의 비틀거림….
한 장 무명수건 처럼 순수하고 청승맞던 시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