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2005년 [시-이충희]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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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득 치받던 가지 하나를
싹둑 잘라내기로 했다
단칼에 팔을 바친 혜가선사도 아니면서
근 일 년을 벼르던 오늘 이 결행을 놓고
우련해하던 미련 따위 가소롭다
나무에도 수액의 느낌은 선명해서
내 몸의 고통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아리고 아파서 자연치유 기간 내내
지혈의 안간힘으로 엉겨 붙은 형국은 흉했다
그가 이런 묘목으로 내게 오던
초심의 날들 순수해 아름다웠으니
이별을 미리 치루는 것쯤으로 대신하는
오늘 질긴 가지 하나를 자르면서
내 진통을 상회하는
어리석은 나를 질질 끌고 온 시간들
단칼에 자르지 못하고 그냥 섰다.=
싹둑 잘라내기로 했다
단칼에 팔을 바친 혜가선사도 아니면서
근 일 년을 벼르던 오늘 이 결행을 놓고
우련해하던 미련 따위 가소롭다
나무에도 수액의 느낌은 선명해서
내 몸의 고통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아리고 아파서 자연치유 기간 내내
지혈의 안간힘으로 엉겨 붙은 형국은 흉했다
그가 이런 묘목으로 내게 오던
초심의 날들 순수해 아름다웠으니
이별을 미리 치루는 것쯤으로 대신하는
오늘 질긴 가지 하나를 자르면서
내 진통을 상회하는
어리석은 나를 질질 끌고 온 시간들
단칼에 자르지 못하고 그냥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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