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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김춘만]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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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2회 작성일 06-01-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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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던 위층에
그들이 들어 왔고
그리고 벽이 울리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일을 하다가
밤이면 둥지에 찾아든 그들은
잠들어야 할 이 시간에
오만가지 소리를 벽을 통해 흘려 보냈다.
해독할 수 없다.
베란다에 나와서
전화를 거는 소리가
날 듯 말 듯 작은 새처럼 푸득거리다가
더러는 화단의 감나무 잎에 부딪치는 것이
빗소리 같았다.
늦은 밤 취해서 꺼억꺼억
피곤한 관절들이 절뚝거리며 계단을 올라가기도 했다.
더러는 방바닥에 대고 코를 골고
제 각기 멀고 먼 하늘 아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뚝 끊겼다가 이어지길 몇 번
잠들었구나.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 몰려온 이국의 나그네들
일당 오만원짜리 무릎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