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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김춘만]가끔 실수는 용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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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3회 작성일 06-01-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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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어느 날
아지랑이는 막국수가닥처럼 굵었고
동해에서는 한 척의 어선이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북으로 갔다.
벌건 대낮에 무사히
금지선을 넘었다.
배 위에 앉아있던 사람이
학처럼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를 거라고
어로한계선 부근에서는 분명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수 십 년 머리 속에서
사람은 넘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익힌 곳
보이지는 않지만
굵은 선이 가로질러져 있어
살아서는 넘나들 수 없는 곳
차마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다고
생각하던 곳
그래서 그 쪽이 고향인 실향민들
꿈속에서나 넘나들던 곳
그것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풀어졌던 걸까?
서너톤 됨직 어선이
팔랑팔랑 종이비행기처럼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을 태우고 벌건 대낮에.
그것은 실수였고
그런 실수가 용서되던 봄날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