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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박영자]시끌시끌한 4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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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59회 작성일 06-01-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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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게 개인 4월 아침
숲을 가만히 응시하면 사뭇 시끌시끌한 나무들의 수화를 들을
수 있다
펜촉 같은 잎새들과 상형문자 같은 뿌리와
하늘 움키는 덩굴손들이 서로 주고받는
“통화중”
“통화중”발신음들이 실타래처럼 엇갈린다
엽맥따라 물길이 서로 만났다가 갈라지고
숨가쁜 엽록소들의 일방통행...
세필 같은 태양광선이 정 수리에 쏟아지더니
어둠의 풍경들을 뒷발로 지그재그 지우며 다닌다
이즈음 숲을 가로지르는 누군가의 흰 버선발이
잠깐 스쳐 지나는가 싶더니
연두색 느낌표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화살표를 따라 가시오.”
장인의 손길처럼 잽싼 숲의 수화가
모세혈관 따라 흐르는데
몸을 낮게 엎드려 게릴라 부대처럼 나뭇가지 밑을 기어가보면
흙냄새 조차 오늘은 삽상하다
겨우내 닫혀있던 곰나무 집에도 이 아침
낯선 에너지의 춤사위가 보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