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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박영자]나무가 모자를 벗으며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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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29회 작성일 06-01-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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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긴 시간 동구 밖에 서 있던 나무가
오늘 천천히 자리를 옮긴다.
60년 고인 가래침을 뱉고
60년 쓰고 있던 그의 모자를 벗으며 걸어온다.
나무의 머리카락은 실크바람에 날리고
검은 숲은 오늘 낯설고 더욱 멀다.
나무가 모자를 벗고 하늘을 본 시각은
오전 11시 45분.
백양목 잎새들은 하늘 가득히 종잇장처럼
팔랑팔랑 날아가고
모자를 벗은 나무는
나에게 가득히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