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2005년 [시-박영자]나무 속 3층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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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 에는 나무가 촘촘하게 산다,
긴 계절 나는 나무 속에서 외따로 숨을 쉰다.
딱따구리처럼 긴 부리로 나무 둥치를 쪼아
나무의 말을 때때로 잡아 먹기도 한다.
밤에는 나무의 생각 속에 촛불을 켜고
나무의 가슴에서 시를 훔치기도 한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쌓아놓고 겨울을 나듯
나무의 결로 울타리 치고
나는 긴 겨울 잠에 떨어진다.
꿈 속에서도 수액을 따라 이리 저리 흐르다가
아침에 실 핏줄까지 투명해진 나를 건져 올린다
밤마다 3층 둥지에 내려가 나무의 말을 표절하기에
아직 내 마음에는 가뭄이 오지 않는다.6
긴 계절 나는 나무 속에서 외따로 숨을 쉰다.
딱따구리처럼 긴 부리로 나무 둥치를 쪼아
나무의 말을 때때로 잡아 먹기도 한다.
밤에는 나무의 생각 속에 촛불을 켜고
나무의 가슴에서 시를 훔치기도 한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쌓아놓고 겨울을 나듯
나무의 결로 울타리 치고
나는 긴 겨울 잠에 떨어진다.
꿈 속에서도 수액을 따라 이리 저리 흐르다가
아침에 실 핏줄까지 투명해진 나를 건져 올린다
밤마다 3층 둥지에 내려가 나무의 말을 표절하기에
아직 내 마음에는 가뭄이 오지 않는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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