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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동화-이희갑] 길가에 떨어진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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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50회 작성일 07-02-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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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마당을 훤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싸늘해진 밤바람이 뜰 안의 나뭇가지를 흔듭니다. 나뭇잎들이 파르르 떨며 떨어지고 있습니
다. 창문에는 나무들이 만든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낙엽에서 피어나는 가을 냄새가 코끝
을 살짝 건드립니다.

민경이는 계단에 앉아 양손으로 턱을 괴고 보름달을 바라봅니다.

‘오우! 민경이가 날 정답게 보고 있을 때도 있구나’

달님은 금방이라도 민경에게 말을 걸듯이 웃고 있습니다. 민경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달님
에게 눈을 흘깁니다, 지금은 달님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
의 일만 아니었다면 민경이는 다른 날과 같이 보름달이 뜬 마당에서 달구경하느라 마냥 시
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아닙니다.

아까보다 더 싸늘해진 밤바람이 민경이의 머리카락을 흔듭니다. 민경이는 무릎을 당기며 오
스스 떱니다.

‘정혁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민경이는 갑자기 밀려드는 슬픈 생각에 눈앞이 흐려지는 걸 느낍니다.

“ 바삭바삭!”

누군가 뒤에서 낙엽을 밟으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살며시 민경이 옆에 앉습니다.

“엄마!”

민경이는 금방 엄마인 걸 알고 있었습니다. 민경이는 엄마를 쳐다보는 대신 엄마에게 몸을
기대었습니다. 엄마의 따스한 팔이 민경이의 어깨를 감싸 안습니다. 민경이는 포근하기만
한 엄마 품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정혁아! 미안해.’

민경이는 엄마의 품이 따스할수록 밀려드는 미안함에 정혁이 이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가을 연휴를 맞아 민경이네는 오랜만에 강원도 산골길을 달렸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푸른 바다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앞으로 잠자
리 떼들이 쏜살같이 다가와서는 획획 비켜가며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지곤 했습니다.

“ 어머, 코스모스 좀 봐.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엄마는 길가에 총총히 심어져서 커다란 꽃 무리를 이룬 코스모스꽃밭을 바라보며 어린 아이
처럼 좋아했습니다.

빨간 꽃잎 웃음, 하얀 꽃잎 웃음, 분홍 꽃잎 웃음

코스모스 꽃들은 한없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가을 길은 바로 저 코스모스의 순수함 때문에 더욱 상쾌하단 말야.”

운전하던 아빠도 한 말씀하였습니다.

깊고 높은 산을 똬리 틀 듯 닦아놓은 산골길은 구부구불 끝도 없이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민경이는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신기함에 더욱 들떠 있었
습니다. 산골길은 어느새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한층 가파르게 구불거렸습니다.

“와, 정말 스릴 만점!”

자동차안에서 이리저리 몸이 쏠려도 민경이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민경이는 몸을
돌려 뒤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지나온 길을 보며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저 산, 저 물, 저 저---’

민경이가 말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산 속 풍경. 민경이는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습니다.

자동차는 어느새 높은 산자락을 휘감아 돌며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소리가 조금
요란해졌습니다. 기아를 변속하는 아빠의 손놀림도 바빠졌습니다.
“어?, 저 저것---.”

갑자기 민경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때 자동차는 이미 고갯마루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아빠, 차 좀 세워 주세요.”

민경이는 무엇에 놀란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습니다.

“갑자기 왜 그러니?”

아빠도 놀란 얼굴을 하며 자동차를 세웠습니다.

“아빠, 저기 뒤에 뭔가 날리는 걸 봤어요.”

“뭐라고?”

아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경이는 자동차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나 올라오던
길을 뒤돌아 달려 내려갔습니다.

“얘, 민경아. 민경아!”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뭘 보고 저리 호들인지.”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가는 민경이를 보고 엄마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저렇게 호기심 많은 민경이를 보면 꼭 당신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가 말하자 엄마는 입술을 쭉 내밀더니 민경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빠 말에 별 반대 의
견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빠가 한마디 더 했습니다.

“당신의 호기심 때문에 참 내가 고달팠지.”

“당신도 내 호기심 때문에 어디 안 가본데 없잖아요. 그러니 민경이가 뭘 물어보면 막히는
데 없이 대답해 주는 실력이 생긴 건 다 제 덕인 줄 아세요.”

“아이구, 내가 또 한 방 먹었군.”

아빠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했습니다.

민경이는 꽤 먼 길을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마에 땀방이 송송이 맺히도록 뛰어간 민경이
는 어느 길옆에서 잠시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리고 흠칫 놀라더니 무엇인가 주워 올렸습니
다. 그것은 자동차 먼지가 뽀얗게 덮여 있는 낡은 공책이었습니다. 툭툭 털어보니 겉장이
다 뜯겨져 한 쪽 귀퉁이만 남은 못 쓰는 것이었습니다.

민경이는 실망하였습니다.

“피-. 난 또 굉장한 물건인 줄 알았지.”

민경이가 공책을 내던지려는 순간 책장이 펄럭대면서 눈에 스치는 글이 보였습니다.



옆 집 순아는 밤마다 운다---.



민경이는 공책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학교 이름과 성은 찢겨나가고 이름만 남아있었습
니다.

○ 정 혁

‘이건 정혁이란 아이의 일기장이구나.’

민경이는 먼지가 폴폴 나는 책장을 넘겼습니다.

“민경아, 민경아, 아니 제 좀 봐.”

엄마는 우두커니 서서 뭔가를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는 민경이가 참 우습게 보였습니다.

“민경아, 뭐 보물이라도 찾았냐?”

스르륵 민경이 옆에다 자동차를 세운 아빠가 짓궂게 물었습니다.

“야, 아빠 말씀 들었냐?”

엄마가 큰 소리로 민경이를 물었습니다.

“아이, 깜짝이야. 놀랬잖아요.”

오히려 민경이가 소리치다가 태도를 바꾸어 겸연쩍은 표정을 하며 일기장을 들어 올렸습니
다.

자동차는 이제 가을이 무르익은 들판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들판마다 고개 숙인 벼들이
황금물결이 되어 출렁거렸습니다. 허수아비들은 기다랗고 번쩍이는 색 테이프를 여기 저기
서 있는 허수아비끼리 손에 잡고 있었습니다. 색 테이프는 바람이 불면 번쩍번쩍 거리며 윙
윙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것은 참새를 쫓는 새로운 무기였습니다. 당연히 참새가 무서워 할
것 같았습니다.

“참 허수아비도 많이 발달했네.”

코스모스 꽃에 감탄하던 엄마는 이번엔 허수아비를 보고 감탄하였습니다.

“그것도 오래 못가.”

아빠가 놀리듯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쏘아붙이는 엄마였습니다.

“참새란 놈들 얼마나 약은지 몰라? 한두 번은 속겠지, 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말지, 이 번
가을 지나면 저 새로운 허수아비 무기는 교체해야 할 걸.”

아빠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이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잠해졌습니다.

자동차는 산골짜기 길을 벗어나려고 계속 안간힘을 쓰며 달렸습니다. 태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스칠 듯 휙휙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민경이는 그런 풍경 따위는 아랑곳없습니다. 더 이상 밖을 보며 즐거워 할 마
음이 없어졌습니다. 정혁이의 일기장이 민경이의 마음을 다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글씨를 봐선 정혁이란 아이는 3학년쯤으로 짐작되었습니다. 책받침도 받치지 않았는지 공책
에 굵게 파여져 들어간 연필자국이 마구 휘어 갈겨 있었습니다. 매일 쓴 일기장은 아닙니
다. 어쩌다 생각날 때 쓴 일기 같았습니다. 일기장엔 두어 장 넘길 때마다 낙서와 장난그림
이 메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편의 일기는 참으로 민경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9월 2일 해

나는 오늘도 기분이 나쁘다.

아빠가 기침을 더 심하게 하신다.

아빠가 불쌍하다.

진폐증은 고칠 수 없나 보다.

* 진폐증 : 오랫동안 폐에 먼지가 끼어서 호흡기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 광부들

에게서 많이 발생함  



9월 7일 해

옆집 순아는 밤마다 운다.

순아 엄마는 어디 있을까.

돈 벌러 간다고 하고 왜 안 올까.

순아 아빠만 살아 있어도 순아가 저렇게는

안 울 거다.

순아 아빠도 진폐증으로 죽었는데

우리 아빠도 그럴까 봐 난 그게 제일 걱정이다.



9월 18일 흐림

오늘부터 추석 쉬는 날이다.

나는 모르고 태극기를 달았다.

하루 종일 진태하고 놀았다.

진태 아빠도 우리 아빠처럼

아파서 누워 있다.

텔레비전에 롯데월드가 나왔다.

롯데월드가 진짜로 어떻게 생겼을까.

엄마한테 한 번 가자고 하다가

욕만 먹었다.

우리는 돈도 없다.

진태네도. 순아네도.

이제 석탄을 캐질 않으니

우리 마을 모두 못산다.



9월 19일 흐림

오늘 현석이네가 이사 갔다.

대구에 갔다.

참 슬프다.



일기는 여기에서 멈췄습니다. 앞장으로 일기 몇 개가 더 있었지만 민경이는 슬픈 생각에 가
슴이 찡하게 아파와 일기장을 덮어 버렸습니다.

가을 햇빛이 더욱 따겁게 차창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먼 산에서 흘러오던 시냇물이 제법
커져 자동차 길과 나란히 흐르며 갔지만 자꾸 밀려들어오는 슬픈 생각을 민경이는 떨쳐 버
릴 수가 없었습니다.

민경이는 이제껏 이 세상의 어린이들은 모두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예쁘고, 재주
많고, 맛있는 음식에, 좋은 집에 살고, 오락 게임을 하며 건강한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가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불쌍한 아이들을 보았을 때도 뭐 그런 게 있는가
보다 하고 별로 넘어가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은 평소에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정혁이처럼 늘 자리에 누운 아빠가 있고, 롯데월드가 뭔지 모르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집이 아니라 한 동네 모두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똑 같은 가난과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 생각해 본 일도 없었습니다.

“어! 웬일이야. 지금쯤은 휴게소에서 별 것 다 사달라고 조를 우리 공주님께서 잠잠하기만
하니 이상한 일이군.”

아빠는 휴게소에 주차하면서 엄마를 보고 슬쩍 눈짓을 하였습니다.

“아빠, 저 지금 심각해요.”

“심각해? 허 이거 큰일났군. 우리 공주가 심각하다면 뭘까? 맞다. 너 짝꿍 영준이 생각하는
거지?”

민경이는 다른 때 같으면 깔깔대고 농담하는 아빠에게 억지 부리며 생떼를 썼었는데 지금을
아닙니다.

휴게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빠, 엄마, 민경이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아빠가 튼
조용한 음악만이 차안을 휘저을 뿐입니다. 휴게소에서 민경이는 길에서 주운 정혁이란 아이
의 일기장 이야기 했더니 아빠, 엄마도 무척 마음 아파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민경이는 오랫동안 생각하다 종이쪽지에 자신의 마음을 써 붙였습니다.



1. 난 행복하다.

2. 이 세상에는 나 보다 어려운 친구가 많다.

3. 나만 행복하다고 그게 진짜 행복한 건 아니다.



민경이는 종이쪽지를 붙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용돈 때문에 떼쓰고, 욕심 부리다가 다 못 먹고 버린 많은 음식물, 갖고 싶은 건 값이 얼마
든 기어코 사 버리던 일. 아빠, 엄마가 얼마나 우릴 애쓰는지 생각해 보지 않고 지낸 일. 등
수많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정혁이처럼. 또 정혁이네 마을 사람처럼, 어려움 속에 사는 사람들.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
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 이제까지 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장애인들에게서 물건
도 사 봤지만 민경이는 그 때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마음 아파하며 그들을 위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민경이는 그 동안 참 철없이 살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냐. 정말 뭔가 해야겠어.’

민경이는 정혁이를 생각했습니다.

‘정혁이를 돕는다면, 정혁이 친구들을 돕는다면---.’

민경이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정말 처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기 맘에 자리 잡아 움
직였기 때문입니다.

민경이는 먼저 아빠에게 결심을 말했습니다. 아빠는 선뜻 민경이의 의견에 찬성하고 적극적
으로 돕겠다고 했습니다. 민경이는 친한 친구 현정이 은선이에게 정혁의 일기를 보여주었습
니다.

“우리 참 행복한 아이였구나.”

“그래 우린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사는 아이같애.”

현정이와 은선이가 정혁의 일기장을 덮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민경이는 현정이, 은선이의 도움을 받으며 정혁이네 마을 돕기 운동을 펼쳤습니다. 반 친구
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담임선생님의 격려로 돕기 운동은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민경이 부모
님도 학급과, 학교의 학부모들과 만나 함께 돕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정혁이를 찾는데 도움
을 이제는 민경이네 반 학교 전체가 나섰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정혁이가 다니는 학교를 알
아보았습니다. 마침 정혁이가 사는 곳의 교육청에 교감 선생님 친구가 있어 일이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착한 일이 커다란 좋은 일로 변해 갔습니다. 놀라우면서도 기쁜 일이었습
니다.

민경이네 반 아이들은 어려운 친구를 돕기로 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
지게 된 걸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그 날이 왔습니다. 내일이면 정혁이네를 찾아가기로 한 날입니다. 들뜨거나 바쁜 마음이 들
만도 했지만 민경이는 쓸쓸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뜰에 나와 달님을 바라보아도 민경이 마음은 어느새 일기장을 주웠던 그 산길에 가 있었습
니다.

정혁이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동안 정혁이 아빠는 어찌 되었을까?

“ 민경아, 하느님도 너의 마음을 아실 거야. 꼭 만나게 해 주실 거다. 자. 힘내.”

엄마가 민경이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으며 살며시 흔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정혁에게 가는 날입니다. 민경이 교감선생님과 아빠는 많은 물건을 승합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성금과 민경이 학교 아이들이 쓴 사랑의 편지도 함께 실었습니다.

그 곳엔 현정이와 은선이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 아마 그 일기장을 주운 곳이 강원도 영월 조금 지나 탄광 마을인 석황 부근이니 쉽게 찾
으리라 생각한다.”

아빠가 신나게 자동차를 몰았습니다.

“그래 내 친구 장학사가 날 기다리기로 했어. 정혁이가 다니는 학교, 정혁이가 있는 반까지
도 다 알아놨다고 하니 안심해라.”

교감 선생님이 불안해하는 민경이를 위로 했습니다.

근심 어린 얼굴을 펴지 못하는 민경이 얼굴이 이제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민경이는 눈을 감습니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정혁이를 만나면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습
니다.

‘정혁아, 기다려. 우리가 간다. 용기 잃지 마!’

민경이는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정혁의 일기장을 어루만지면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하였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