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8호1998년 [시-박명자]풀벌레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465회 작성일 05-03-26 09:58

본문

조선 중엽의 달빛이 오늘 선듯
시공을 넘어 흰 버선발로 내 뜨락에 머문다

너무 고요로와 눈이 부신 빛따라
풀벌레 한 마리가 명주실 타래를 반짝반짝 굴리고 있다

풀벌레가 후미진 곳으로 굴리는 명주실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기울지 않은 보름달의 곡선을
완벽하게 그리고 있다

풀벌레의 간절함은 언제 깨달음의 언덕에 이를까
달빛이 쓰러진 끝자락에서
풀벌레가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자고 밤새
고개 흔드는 먼 그대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