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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신민걸] 푸른 것으로 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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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6회 작성일 07-02-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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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것으로 쓴다면
일단 푸른 나의 노래부터 말할래요
나의 노래는 언제나
바람에 나붓거리는 이파리처럼 늘 까불고
졸고 있다 일어난 기타의 현이 한껏 부르르 떨듯
머릿속 쓸쓸한 뭉게구름으로 가득 부풀어오르고
납작한 귓바퀴 스치는 당신의 고운 격려도
푸르게 푸르게 묻어나는 노래

푸른 것으로 치자면
마냥 푸른 나의 왼발이 으뜸이지요
흐린 가로수 사이를 터벅터벅 걸을 때나
통통 튀어 내게 온 투명한 공 돌려보낼 때나
억수로 푸른 나의 왼발은 빈 하늘 힘껏 걷어차고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는
파도처럼 못난 내 엉덩이 차고 몰면서
까마득히 당신께 외로 달려가겠지요
실은 푸른 것들이 다 내 것은 아니니까요

푸른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혹은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