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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박대성] 남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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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7회 작성일 07-02-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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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마지막 일손을 놓던 몸사위로 사후 강직되어 있다.
지하 박물관으로 신품, 신종의 유물들이 들어오고
곽종이와 신문지가 그들을 싸안는다.
진열된 이들이 죄수와 다른 것은 서로가
얼마나 강철이었는지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아무것도 무찌르지 못한 남자들이 칼잠에 든다.

지하궁전에 진열된 遺物들은
서고 앉고 누워 필생의 적이었던
자신의 이름을 지운다.

철학도 종교도 역사도 이들이 재배하던
푸른곰팡이
수염, 광대뼈를 지나 벼랑 같은 목울대 위로 기차가 멎고
기차가 실어 온 시간의 그을음을 뒤집어쓰고는
남자들이 드디어
누구였는지를 맴돎에서 벗어난다.
남자보다 게으른 지하궁의 시간들
시간보다 게으른 기차가 한 대 떠나고
다시 기차 하나가 그 칼잠 사이로 달려든다.
먼지같이 부유하는 남자들
먼 기적 같이 떠나는
남자들의 이름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