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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박대성] 사랑이라는 이름의 시종侍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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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1회 작성일 07-02-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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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도시의 복부는 하늘에 둥실 뜬 채
잉태한 골목을 출산하려 하지 않는다.
혼인이 유행하고 있다.
밤을 婚需로 쥔 여자들이 남자들의 낮과 흥정을 벌이고 있다.
남자들이 낙엽같이 바스락거린다.
여자들의 수렴청정垂簾聽政
여자들의 城은
아무리 혼인을 거듭해도 쇠락하지 않는 불멸의 영지 같다.
왜 여자는 남자를 볼모로 잡는가

추억이 언제나 옳아서 그리운 건 아니다.
우리가 몰아세우는 지금이 옳았다는 어느 날이 오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과의 동맹에 실패했고
결혼과 이혼이라는 두 종의 연대방식은 낡았다.
그 사이 남녀추니들과 동성애들이 창궐했고
많은 남자들이 사랑의 음모로 下野를 하고
눈부신 계절은 더 이상 조공을 보내오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치마와 입술이 필요할까
사랑함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래도 남자와 여자는 끝없이 동맹을 맺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거대한 사랑을
혼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둘러
밀봉해두려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