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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이선자]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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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0회 작성일 07-02-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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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을 걸어나오며
이 개 같은 자식아 이 개 같은 자식아
섧게 섧게 소리치는 여인이 있었다
누가 마음 하나 정(淨)한 데 두지 못하여
저 마음 저리도 다치게 하였는지
이월의 바람 같이 갈린 그녀의 울음소리에
내 마음바닥 쩡쩡 갈라지는데
분식집 붉은 떡볶이 앞에서
꽃잎 같은 눈물 뚝뚝 떨구던 오래된 그날
고요히 갇혀 있던 마음이
놀란 어린 종다리의 첫경험처럼
느닷없이 비린 벌판을 툭툭 튀어오르던 풍경이나
호수 깊숙이 쏟아져 내린 달빛 같은 떨림 속에서도
능금처럼 푸르게 지켜내느라
끝내 깊은 물 속에 들지 못하고 돌아서던 풍경
모든 것을 주고도 다 주지 못한 듯
모든 것을 받고도 다 받지 못한 듯
의심 많은 비닐처럼 바스락대면서
수줍게 검은 하늘을 날아오르던 풍경들 지나며
아, 그래도 봄날은 오는구나

당신은 나를 만나 행복하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