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6호2006년 [시-최명선] 어쩌겠어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2회 작성일 07-02-26 18:26

본문

입구를 봉쇄 당한 음성(音聲)역, 들어 올 말도 나갈 말도 없는
여기는 적요만 반짝이는 임시 폐쇄역 입니다 침묵은 곧 금이라
했던가요 그래요, 침묵이 낳은 금괴들은 역사(驛舍)안에 점점 키
를 높여 가는데요 실어 보낼 객차는 아무데도 보이질 않고요 단
절도 그만큼 견고해 지는데요 가시 푸른 욕망들은 하나 둘씩 시
들어 가고요 늘어진 오후를 타고 앉아 침묵 놀이를 하던 나는 그
속에 갇혀 노랑물 드는데요 노랑물 들어 퉁퉁 부황이 드는데요
참(眞)쪽으로 길 내지 않고 공연히 앉아 헛투정만 부린다고 이성
(�性)은 더 단단하게 문고리를 잡고 있으니 어쩌겠어요 입 닫고
귀로 듣는, 귀 닫고 마음으로 듣는, 고요 쪽으로 길 내는 연습 해
야 하지 않겠어요 서툴게나마 자꾸 연습을 하다보면 눈 닫아도
볼 수 있고 귀 닫아도 들 을 수 있는 그런 삶 길 되어 열릴 거라고
영혼 나를 죽도록 사랑하사 들려주는 경서(經書)인데 어쩌겠어요
그저 조용히 기다릴 밖에 정말로 내가 어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