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6호2006년 [시-최명선] 가을여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2회 작성일 07-02-26 18:26

본문

신발 하나 새로 장만하면서 뾰족한 구두코는 둥근
것으로 높았던 굽은 낮은 것으로 꼭 맞아야 좋았던
크기도 넉넉함으로 바꾸었다 내 무거운 생을 끌고 다
녔을 가장 밑바닥 생에 대한 때늦은 소회다 신과 발
사이 걸림 없는 바람이, 경계와 경계 속에 사소한 소
통이, 마음까지 이토록 가볍게 할 줄이야 바람벽에
잠시 생각을 걸어놓고 눈감는다 늙어간다는 것은
두껍고 질겨지는 것이지만 낡아간다는 것은 얇아지고
가벼워지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둥글어지고 헐렁해진
사유의 변방에서 문득, 낡아가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가벼움에다 생의 보폭 맞추며 살아가는 흐린 날 풍경
같은, 한 그루 가을 여자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