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1998년 [시-박명자]겨울 목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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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바쁜 산책길에서
목탄화 한 장 겨우 얻었다
지난해 머리 풀어헤친 억새가 아직 머리를 감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는 늪을 지날 즈음
새해는 어김없이 논두렁을 건너오고 있었다.
산모퉁이 낮은 집들이 기침하며 돌아앉았는데
텃밭 배추들이 콧잔등까지 퍼렇게 얼어서
엉덩이에 눈 자락을 깔고 앉아 있다
“오직 사랑하는 나의 나무여”
개똥지바퀴 나무 앞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나무는 찬 손을 꺼내어 나의 근심을 덮는다
어디서 까치 두 마리가“별 볼일 없다”
“별 볼일 없다”
내마음의 지도를 속독법으로 읽고 지나갔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고 추운 그림 한 장 들고
집으로 곧바로 돌아 왔다.
목탄화 한 장 겨우 얻었다
지난해 머리 풀어헤친 억새가 아직 머리를 감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는 늪을 지날 즈음
새해는 어김없이 논두렁을 건너오고 있었다.
산모퉁이 낮은 집들이 기침하며 돌아앉았는데
텃밭 배추들이 콧잔등까지 퍼렇게 얼어서
엉덩이에 눈 자락을 깔고 앉아 있다
“오직 사랑하는 나의 나무여”
개똥지바퀴 나무 앞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나무는 찬 손을 꺼내어 나의 근심을 덮는다
어디서 까치 두 마리가“별 볼일 없다”
“별 볼일 없다”
내마음의 지도를 속독법으로 읽고 지나갔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고 추운 그림 한 장 들고
집으로 곧바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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