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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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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32회 작성일 07-02-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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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힘겨워질 때
한번쯤은 지리산을 돌아본다
산길을 따라 마음을 비우면
어머니의 고단한 숨결이
가지마다 연등으로 걸려 있어
아랫마을에서는 젖내나는 우윳빛으로
밤새워 밭두렁을 일궜다
불에 그을린 고목 등걸에서도
들꽃들이 뭉게구름으로 피어올라
허기져도 마을사람들은 폭죽놀이를 했다
빌딩이 한없이 높아보여서
자신의 숨소리가 작아질 때
골짜기의 물소리를 들어보면 안다
사라진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가
주름진 옥양목을 가지런이 펴듯이
희미해진 시야가 환하게 밝아옴을
어둠을 밝히는 산새들 울부짖음엔
사립문을 여는 어머니의 헛기침이 들어 있음을
그리하여 달빛을 지고 등고선을 걸을 때
산과 길과 어머니가 하나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