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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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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67회 작성일 07-02-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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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웃던 드라마를 내보내던
티브이 안테나가 정든 주인을 향해
별빛을 쏘아대고 있고
가지런이 쌓여진 장작개비들
소신공양할 날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모진 바람에 풍문이 드나들던 문풍지 사이로
희망을 셈하던 오래된 달력이 나부끼고
무지개빛 크레용으로 색칠된
기차와 배들 빛바랜 꿈으로 펄럭이고
온기없는 수신인 잃은 편지를
까치들이 분주히 소인찍듯 쪼아댄다
응어리진 슬픔이라도 있는듯
사람들 떠난 빈자리에
들고양이들 삭지않은 옹기속을 들락거리며
밤새도록 터싸움을 하고 있다
제멋대로 자라도 굵은 씨앗이 맺힌 해바라기처럼
집은 아이들이 뛰놀 둥근 그림자를 만들어
걱정하는 새벽녘 할머니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
집은 아직도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데
덜컹거리는 트럭에 길떠난 사람들은
어디서 뿌리내려 활짝 차양을 걷고
달빛 스미던 빈집을 이야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