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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섬진강 물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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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5회 작성일 07-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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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물새들은
태풍이 오는걸 미리 안다
첨병처럼 숨죽여 오는 바람에
갈길을 잃은 짐승들의 울부짖음 속
깃털이 뒤집어질듯 나부끼면서도
묵묵히 강물만 응시하고 있다
강물에 잦아드는 산그림자와
솜이불마냥 가벼운 구름조각들과
함께 동무하고 잠에 빠졌으므로
그들의 여린 날개죽지엔
은단같은 모래알들과
어둠을 밝히는 갈대들이 반짝거려서
거센 광풍이 몰아쳐도
은어와 함께 뼈속이 투명해지도록
부리를 강물에 적셔댈 뿐이다
그들은 거치른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날아갈듯한 가벼움임을 안다
태풍이 지나고
섬진강 물이 시리도록 빛나는 것은
물새들의 힘겨운 참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