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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도둑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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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6회 작성일 07-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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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해군부대 잔반통에
도둑고양이들 처절한 생존의 낮은 포복으로
들락거린다
몇놈은 인계철선에 걸린 듯 노려보고 있고
몇놈은 차렷자세로 찌꺼기들을 삼킨다
정에 마른 수병들에게 공굴리기라도 해준다면
비린내나는 물고기들을 얻을 수 있으련만
유랑극단의 어릿광대가 되기를 거부한
스스로 계급장 뗀 어둠속의 반항아들은
들쥐를 잡던 두발을 뾰족이 갈아
냄새나는 쓰레기 봉지들을 찢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맑은 햇살에 취해
사라진 방울소리를 내듯이 온몸으로 뒹굴어
수레바퀴에 끼인 인간들을 비웃듯
일광욕을 즐기는 자존을 잃지 않는다
덫을 피하는 날렵한 몸짓으로
절망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섬광 같은 눈동자
뒷걸음질 치면서도 다시 뒤를 돌아보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환호하는 소리가
골목길 담쟁이 넝쿨을 타고올라
잃어버린 푸른 별자리라도 그리는듯
늘어진 나의 귓바퀴를 팽팽이 잡아당겨
정글 같은 도시에서 엄숙한 역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