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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물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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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50회 작성일 07-02-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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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몇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사이로
나부끼는 나뭇잎이라도 꼿으면
곰이 아니라 수석이라도 됐을텐데
술꾼들의 충혈된 눈동자를 피해
바람빠진 공처럼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후끈한 국물 어디에도 형체를 찾을수 없는
한지 부스러기같은 상형문자로 흩어져
세상사람들이 우승패처럼 쳐든 술잔에
다시 씹히는 치욕을 피하는 너는
아마 세속의 이치를 진즉 깨달았나 보다
술꾼들 악다구니가 절반은 거품이듯
그 이야기를 이루는 생이 허방이듯
귀닫고 눈감고 입까지 틀어막은 너는

空卽是色色卽是空

몸으로 경전을 펼쳐 드러내고
환등이 어리는 시퍼런 불꽃 위에서
생의 최후를 스스로 다비하면서도
남은 자의 슬픔을 탄식하며
음영으로 바뀌는 햇살을 온몸으로 내공하던
심해 어느 한적한 마을의
이름없는 선승이었을런지도 모른다
부처같은 물곰을 삼켰으니
술꾼들 해탈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