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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장은선] 봄 오리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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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8회 작성일 07-02-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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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자켓입은 공공근로자들
봄을 여는 오리떼같이 종종걸음 친다
매서운 겨울바람 맨몸으로 맞으면서
백열등 심지를 끄지 않았다

술주정뱅이 늙은 과부 명예퇴출자등이
삶의 끄트머리에서 부가가치라고 할 수 있는 건
엷은 낮달에 삼천배하듯 구부정한 허리로
도로변 나뒹구는 쓰레기 봉지나
쓰러져 우는 빈병들을 수거하는 일
절룩거리며 씨앗들을 화단에 심을 때는
잃어버린 동심이 되살아난듯
오랜만에 목을 세우고
상대를 누인 권투선수가 되어
면장갑을 하늘에 날린다
붉은 노을이 새떼들을 몰고갈 때면
생의 촘촘한 그물을 헤쳐나온듯
삼류 유행가로 맺힌 땀을 다독거린다

메마른 실핏줄로 수놓은 가로변이
화사한 꽃들로 아롱거려지면
묻지마 관광객들의 술취한 박수소리가
나비처럼 잠시 하늘거리겠지만
노오란 오리새끼들은
봄날의 온도를 높이는 더부살이가 좋아
푸닥거리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다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