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호2006년 [시-장은선] 호수에 물들다
페이지 정보
본문
마음이 잿빛으로 물들어오면
수풀을 헤치고 호숫가로 들어간다
잔잔한 미풍에도 갈대숲 서걱거려
세파의 거친 숨결로 내쉬던
격음들이 파편으로 깨어져 내려도
시공을 뛰어넘어 열려있는 문
호수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항상심의 수위로 길 잃은 이를 너그러이 맞아준다
포르릉 물새들이 흙먼지를 털고
세속의 가감법을 버리고 노숙을 청하고
왜가리들 한없는 기다림으로
경전을 해독하는 선승처럼 먼 산을 응시하고
실잠자리들 부유하는 수초들을 오가며
흔적없는 가벼움으로 기포를 일으킨다
얼마쯤 숨을 더 내셔야
저들처럼 날아갈 듯 가벼워질 수 있는 걸까
몇 번의 물수제비를 날려 헛딧던 발자욱을 지우고
요동치던 허망의 방망이질도 멈추고
부단히 잠자는 듯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과 더불어
청동거울같은 수면에 마음을 비추어본다
마음이 멈추는 곳
그리하여 투명하게 깊이 바라보이는 곳이
가야할 집인 것이다
호수는 반사된 햇빛에 부서져내린
슬픔의 잔광들을 슬며시 바다로 밀어낸다
수풀을 헤치고 호숫가로 들어간다
잔잔한 미풍에도 갈대숲 서걱거려
세파의 거친 숨결로 내쉬던
격음들이 파편으로 깨어져 내려도
시공을 뛰어넘어 열려있는 문
호수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항상심의 수위로 길 잃은 이를 너그러이 맞아준다
포르릉 물새들이 흙먼지를 털고
세속의 가감법을 버리고 노숙을 청하고
왜가리들 한없는 기다림으로
경전을 해독하는 선승처럼 먼 산을 응시하고
실잠자리들 부유하는 수초들을 오가며
흔적없는 가벼움으로 기포를 일으킨다
얼마쯤 숨을 더 내셔야
저들처럼 날아갈 듯 가벼워질 수 있는 걸까
몇 번의 물수제비를 날려 헛딧던 발자욱을 지우고
요동치던 허망의 방망이질도 멈추고
부단히 잠자는 듯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과 더불어
청동거울같은 수면에 마음을 비추어본다
마음이 멈추는 곳
그리하여 투명하게 깊이 바라보이는 곳이
가야할 집인 것이다
호수는 반사된 햇빛에 부서져내린
슬픔의 잔광들을 슬며시 바다로 밀어낸다
- 이전글[시-조인화] 城 07.02.26
- 다음글[시-장은선] 봄 오리 날다 07.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