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1998년 [시-김춘만]고사리 밭
페이지 정보
본문
큰 산불 난 뒤
무얼로 푸르러질까 했는데
세상이 한번 바뀌고 나니까
불탄 자리에는 말없던 풀들이 땅을 덮고
꽃을 피운다.
나무가 가득했을 때는
존재도 미약하던 것들이
어디서 숨죽이고 있다가 달려 나왔는지
빈자리마다 뿌리내리고
흙알을 붙잡는 게 눈물난다.
큰 나무 그늘 밑에서
부끄럽게 살던 고사리들조차
쉽게 부러지는 몸뚱일 망정
모조리 기어 나와
산을 지키겠다고 한다.
무얼로 푸르러질까 했는데
세상이 한번 바뀌고 나니까
불탄 자리에는 말없던 풀들이 땅을 덮고
꽃을 피운다.
나무가 가득했을 때는
존재도 미약하던 것들이
어디서 숨죽이고 있다가 달려 나왔는지
빈자리마다 뿌리내리고
흙알을 붙잡는 게 눈물난다.
큰 나무 그늘 밑에서
부끄럽게 살던 고사리들조차
쉽게 부러지는 몸뚱일 망정
모조리 기어 나와
산을 지키겠다고 한다.
- 이전글[시-김춘만]이산 05.03.26
- 다음글[시-김춘만]첫 배, 카타마란호 0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