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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김춘만]고사리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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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489회 작성일 05-03-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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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불 난 뒤
무얼로 푸르러질까 했는데
세상이 한번 바뀌고 나니까
불탄 자리에는 말없던 풀들이 땅을 덮고
꽃을 피운다.

나무가 가득했을 때는
존재도 미약하던 것들이
어디서 숨죽이고 있다가 달려 나왔는지
빈자리마다 뿌리내리고
흙알을 붙잡는 게 눈물난다.

큰 나무 그늘 밑에서
부끄럽게 살던 고사리들조차
쉽게 부러지는 몸뚱일 망정
모조리 기어 나와
산을 지키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