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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김향숙] 손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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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3회 작성일 07-02-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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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며 나에게 와서
손을 흔들며 그들은 떠나갔다
웃음소리 목소리 정답던 사람들
해 달 별 바람 구름
봄 여름 가을 겨울
성탄절과 제야의 종소리
모두 손을 흔들며 사라져갔다

숫자와 책들과 빵과 립스틱을 든 손으로
나는 늘 바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손 흔들며 꽃이 지고
손 흔들며 나무는 숲으로 가고
숲은 산으로 가고 산은 산맥을 따라 달려갔다
어느새 내 안의 무언가도
손 흔드는 흉내를 내고 있다

가라
모두 잘 가거라
손 흔들어 보내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오랫동안
더 이상 손 흔들어 줄
아무도 내게로 오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손 흔들어야 할 그 때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