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호2006년 [시-권정남] 얼굴없는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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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얼굴 없는 부처들이
좌선을 하고 있다
달빛 괴괴한 날
장안 가득 신라인들의 울음소리
석공의 번득이는 칼날에 베어진 달빛
절 마당 어귀 나뭇잎처럼 뒹굴던
잘려나간 모가지들
참수 당한 부처들이 분황사 우물 안에
차례대로 던져지고 포개진 채
물속에 갇혀있던 녹슨 시간들
천 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이끼긴 무릎에 손 얹은
눈, 코, 입, 목 없는 부처들이
숨도 쉬지 않은 채
박물관 잔디밭에서
해 바라기를 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
얼굴 없는 부처들이
좌선을 하고 있다
달빛 괴괴한 날
장안 가득 신라인들의 울음소리
석공의 번득이는 칼날에 베어진 달빛
절 마당 어귀 나뭇잎처럼 뒹굴던
잘려나간 모가지들
참수 당한 부처들이 분황사 우물 안에
차례대로 던져지고 포개진 채
물속에 갇혀있던 녹슨 시간들
천 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이끼긴 무릎에 손 얹은
눈, 코, 입, 목 없는 부처들이
숨도 쉬지 않은 채
박물관 잔디밭에서
해 바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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