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6호2006년 [시-권정남] 하늘을 향해 나는 말 - 천마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7회 작성일 07-02-27 09:43

본문

깊고 푸른 무덤 안에서
하늘 향해
나는 말을 보았어요

내 안에도 늘
하늘을 날으려고 하는
한 마리 말이 있지요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지 못하고
평생 내 안에서 헛발질만 하고 있는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마가

황토 빛 색바랜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 놓은
히힝 꼬리 휘감으며
뒷발 들고 앞발 내딛으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내 안의 말을
신라 천년 무덤 안에서 만나는 순간
불땡볕 팔월 한 낮에
오소소 소름이 끼쳤네요.

서라벌을 다스리던
무덤 속 말 주인님은
관이 있던 자리에서
신라의 불꽃으로

오래오래 타오르고 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을
천천히 걸어 나오다 뒤 돌아보니
오색 빛을 거느린 흰색 말이
말다래를 고쳐 매고
무덤을 뛰쳐나와
힘차게 힘차게 서라벌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