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6호2006년 [시-지영희] 우리들의 우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50회 작성일 07-02-27 09:46

본문

여름이었다
장마전선으로 집중호우가 있던 날
은행의 긴 간판 등지고 낮은 우산 속에서
두 할머니가 나란히 강낭콩을 팔고 있다
지나가다 돌아서서 이천 원어치 샀다
콩만 파는 옆 할머니 것도 샀다
그 할머니는 떨이 해달란다 떨이로 이천 원어치 더 샀다
먼저 할머니가 말없이 돈을 거슬러 주시길래
이천 원어치 더 주세요 했다
빗물에 젖은
붉은 강낭콩을 한 술잔 담는 동안
떨이 해달라는 할머니는
혼자 외롭게 산다며 밥 해 줄 사람도 없다고
빗소리 속에서 빠르게 말한다
힐끗 보니 팽팽한 얼굴을 한 귀엔
누런 금귀걸이가 달려있다
강낭콩 같은 귀걸이가
젖은 돈 사천 원을 세며
빗속에 번들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