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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최재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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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4회 작성일 07-02-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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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병실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주인 없는 집이
오래된 시집처럼 서 있다는

순간,
외벽이 갈라지고 퇴색한
텃밭 있는 내 집이
병실 밖 언덕 위
교회가 된다

오래 비워둔 집에
지난 여름 쳐놓은 차일이
아무렇거나 펄럭거린다는 소식에
곁에 있던 남편이
그 끈부터 잘라야겠단다

부질없는 근심들로
종양을 가부좌 틀게 한 내 몸
잘라낸 왼쪽 콩팥처럼
내 속의 비명을 꺼내
패대기치며 그렇게,
그렇게 살리라